맛집

작지만 강하다- 대연동 구포멸치국수

인생홈런 2017. 9. 12. 14:31

언젠가 국수가 땡겨서 와이프한테 국수좀 해먹자고 하자

국수는 집에서 하면 손도 많이 가고 오히려

더 비싸게 먹는다고 먹고싶다면 나가서 사먹는게

훨씬 싸다는 쿠사리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밥먹기에는 부담스럽고 입이 심심할때..

라면보다는 국수가 땡기는 날은

이런 국수집이 반갑다.

집주변에 이렇게 훌륭한 국수집이 있다는것을 왜 몰랐을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이 식당이 싸서 사람이 많나보다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정보를 알고 나서는 이집이 몹시 궁금해서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가보기로 했다.

저녁 9시가 조금 넘어서 였을까?

자리가 좀 남아있다.

가격표를 보니 참 착하다.

멸치국수가 2,000원이다.

다른데는 마치 광고같이 간판에 국수 2,800원한다고 써붙여서

싼가격을 강조하는집도 있는데..이집은 그런집보다 얌전하면서

가격은 더 착하다.

익히 정보를 알고온 나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보니

가격이 참 착해서 이집이 왠지 더 정이 간다.

김밥이 아니고 김치마끼라고 한다.

김밥안에 김치만 들어간것같았지만 예쁘게 장식한듯한 김밥은

사진을 안감길수가 없다.

이런 비슷한 김밥을 송정에서 본것같은데..

맛을 떠나서도 이 김치마끼가 주는 비주얼을 과히 압도적이다.

김밥안은 새콤한 김치만 들어있는듯하다.

약간 밥에 양념을 가미한 듯한 느낌이 돌면서 김치와 어우러지는 맛이 괜찮다.

국수와 함께 먹기에는 딱 좋은 조합으로 보였다.

비빔국수가 나왔다.

야채때문에 국수가 안보일정도다.

새콤한 냄새가 입맛을 자극하고 침이 절로 넘어간다.

 

새콤한 국수의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입에 들어가는 순간 매콤한 국수가 온 입안에 퍼진다.

새로울것도 없는 국수지만 배고지는 않지만 출출한 내 입안을

단숨에 장악해 버리고 말았다.

마치 배가 고픈 아이처럼 먹고 먹고 또 먹고..

그렇게 금방 바닥을 보이고 말았다.

멸치 육수가 진하다.

정말 진하다.

아주 아주 진하다.

아마 물을 부어서 묽게 만들어도 괜찮을 만큼 진한 멸치육수의 맛이 났다.

그래서 더 시원하다.

비빔국수의 새콤한 맛을 이 시원한 멸치육수가 다 씻겨주는 듯한 느낌.

국수를 다 먹고 남은 육수를 다 마셨을때는

입이 깨끗히 행궈지는 느낌이 괜찮았다.

멸치육수다.

단촐하다.

하기사 2,000원 국수에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았기때문에

비주얼도 나쁘지 않았다.

고명이라고 해봐야 김가루와 호박이 다다.

잔치국수는 3,000원..

뭐가 다른지 물어봤다.

잔치국수와 멸치국수는 어떻게 달라요?

고명의 차이란다.

잔치국수에는 멸치국수와 달리 많은 고명이 올라간다.

그래서 더 풍성해 보인다.

단지 고명의 차이라면 나는 1,000원 싼 멸치국수를 곱베기로 먹었을 것이다.

그만큼 멸치의 육수가 훌륭했고 먹는 동안에는

김과 호박만으로 된 고명도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양이 적은게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으니까

맛은 충분히 괜찮았다.

이래서 소문이 나는 구나.

육수의 비밀이 있구나.

가격도 두사람이 와서 이것저것 시켜먹고도

만원한장안에서 다 해결되니 이또한 행복하지 않을까?

가까운 동네에 만만히 먹을 만한 국수집이 있다는게

우선 듬직하다.

적은 돈에 산책가듯 가서 한그릇 후르륵 먹고 와서 아무일 없다는듯이

집에 와서 끼니를 먹어도 표가 나지 않을것같은

소소한 행복감같은걸 느낄수 있을것같다.

 

나는 오늘도 국수한그릇에 행복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