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로 생각

폐지줍는 아주머니

인생홈런 2017. 8. 8. 10:20

저마다 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남이 보기에는 그럴듯한 일도 있고

하찮게 보이는 일도 있다.

조금만 일해도 큰돈을 만지는 일도 있고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은 별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 

전에도 폐지줍는 사람에 대해서 글을 적은적이 있지만

아마 폐지줍는 사람을 대단하다 열심히 산다라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보아온 폐지줍는분은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다.

큰돈이 되지 않아도..나이가 들어서 몸을 놀리지 않고

새벽부터 열심히 일을 하시는 분들이다.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지하철타고 출근을 할때는

무료조간신문을 수거하는 사람을 출근하는 지하철 내내 몇사람을 보곤한다.

폐지줍는 사람이 많다보니 수확량은 많지않아도

지하철을 몇번을 돌면서 폐지를 수거하는 모습을 보면 어떨때는 귀찮기도 하고

불편할때도 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그일을 하고 있는것이다.

우리 대리점을 거의 매일오는 아주머니가 있다.

내가 입사한 이래 계속 오는것같으니까..

아마 나보다 우리 대리점을 방문한때는 훨씬 오래전이였으리라.

나이로 보면 폐지를 주울정도로 늙어보이지는않지만

무슨이유에서인지 오래전부터 폐지를 줍는일을 전업으로 하시는것같다.

매일 눌러쓴 모자에 약간 구부정한 어깨.

아침에 대리점에 들러 폐지가 많을 때는 힘들어도 웃음이 가득하고

말이 많아진다.

나보다 나이도 많으실텐데 인사는 늘 먼저하고..

이 아주머니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대리점 이사하던 몇년전

갑작스레 많이 나온 폐지에 서로 정신이 없을때였다.

점심시간이 되서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데..

우리는 당연히 아주머니의 음식은 시키지 않았고(사실 주문할때 자리에도 없었지만...)

온 음식을 맛나게 먹고있을때 마침 폐지를 수거하고 오셨다.

잘못시킨걸까?? 사람수보다 짬뽕한그릇이 많다.

탕수육에 짜장이며 짬봉에 만두서비스까지..

 

충분히 많이 먹었던 차였는데 남은 짬뽕은 봉지도 뜯지않은채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주머니에게 음식을 권하자 반가운 마음에

예의상 거절하는 한마디없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냉큼 자리에 앉는다.

직원중에는 이 아주머니를 반가와 하지않는 사람도 있고

늘 남루한 옷차림에 냄새가 나는것같은 느낌의 상태에

주위사람들은 하나둘 모른척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한후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사실 이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늘 페지를 줍는 아주머니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식사앞에서 손을 모으로 음식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었던것이다.

열심히 살고 있어서 폐지를 보면 이 아주머니에게 드릴려고

전화를 하고 싶어도

아직 그 흔한 휴대폰이 없단다.

왜 휴대폰이 없냐고 물어보니 필요없어서..

폐지가 넘쳐서 가져가라고 전화드리고 싶어도 연락을 못드린다하니..

앞으로 더 자주 들러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하신다.

 

나는 이 아주머니를 오랫동안 보와 왔지만

아는것이 아무것도 없다.

남편은 있는지? 자녀가 있는지(아들이 있는것같기는 하다...)

어디 사는지..폐지주워서 생활이 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아주머니를 보고 나의 게으름을 뉘우친다.

추우면 추운데로 더우면 더운데로 늘 찾아오셔서 폐지를 수거해간다.

늘 거리에 마주치면 인사를 먼저 건네고

추운날은 잠시 대리점에서 내린 커피를 마시면서 추위를 피하고

더우면 더운데로 커피한잔하면서 더위를 잠시 피하곤

바로 또 나가신다.

 

아마 하루종일 폐지를 모아도 큰돈이 안될것이다.

얼마전 이렇게 하루종일 모으면 얼마정도 버시는지 물어보았더니..

안가르주신다..오히려 나보고 내가 과장님보고 한달에 얼마버시는지

물어보시면 알려주실수 있느냐고 되려 물어보시면서 나를 무안케 하신다.

나도 폐지를 팔아본적이 있어 안다

하루종일 모우고 모아도 몇천원한된다는 사실을..

그래도 그들은 그일을 위해 하루종일 온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폐지를 줍는다.

새벽 6시에 활동하러 나오면서 한시간 남짓 본 폐지줍는 사람을

세사람이나 보았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그들은 그들 방식대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것이다.

 

글을 쓰면서 늘 배우게 된다.

겸손해지고..부지런해진다.

그들도 그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것처럼

나도 내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